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며칠이 지나고 ○○넷 기술연구소에 있는 ○○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우리 회사에 웹사이트 구축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서너통 걸려 오는데 우리 회사는 웹사이트 구축업무는 하지 않아서 말인데 너가 팀을 구성하면 소개해 줄께. 어떠니?"
졸업을 앞두고 놀고 먹는것은 죽기보다 싫은 ○○는 웹사이트 구축을 위한 팀을 구성하기에 이르고 자연스럽게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사업의 첫발을 내 딛게 된다.
"하나님! 사업은 한번도 예상치 못했던 경우의 수인데 맨 땅에 헤딩하면서 배울 생각하니 앞이 캄캄합니다.
하지만! 막막하지만! 언제나 처럼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길 가운데 함께 하시며 도와주실 줄 믿고 나아가겠습니다. 아멘!!"
웹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시절, 나는 영업차 방문한 공릉동 산업대 앞 IT 학원에서 '이동하'라는 청년 강사를 만났다. 그의 능숙한 강의 실력에 매료된 나는 곧장 커피 한 잔을 제안했고, 마주 앉은 자리에서 다짜고짜 선포했다.
"이동하 강사, 나는 ○○○입니다. 나는 지금 맨땅에 헤딩하듯 e-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데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의 지식과 나의 열정을 합쳐봅시다. 당장 줄 수 있는 월급은 없지만, 함께 영업하고 만들어 납품하며 같이 성장합시다."
황당한 제안이었음에도 그는 그 자리에서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상계역 근처 좁은 옥탑방에 둥지를 틀었다. 그렇게 나는 낯선 길 위에서 조금씩 e비즈니스의 스킬을 익히며 새로운 세상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동하는 삼성 멀티캠퍼스, 조선대학교, 상명여대 등 주요 교육 기관과 웹에이전시에서 외부 강사로 활약하며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나갔다.
2년여의 개인 사업을 정리하며 '맨땅에 헤딩'하듯 달려온 시간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동하의 소개로 합류하게 된 곳은 ICG(인터넷컨설팅그룹)라는 대형 웹에이전시였다. 나는 그 거대한 조직 속에서 마음의 부담을 덜고 실무에만 몰입할 수 있는 퍼블리싱 팀장의 직함을 택했다.
지난 2년간 홀로 사업을 일구며 기획부터 영업, 퍼블리싱 직무를 섭렵했다. 하지만 고객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기획이나, 감정 소모가 심한 영업은 늘 나를 소진시켰다. 그에 비해 퍼블리싱은 디자인된 결과물을 묵묵히 코드로 구현해 개발팀에 넘기기만 하면 되는, 나에게는 가장 평온한 안식처였다.
기획이나 영업처럼 사람과 부딪치며 머리 싸움할 일 없이, 디자인된 결과물을 묵묵히 코드로 구현해내기만 하면 되는 이 직무는 지친 내게 최적의 안식처였다.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한 이 거대 기업의 한 구석에서, 나는 비로소 평온한 직장인의 삶을 꿈꿨다. 하지만 쉼을 위한 이 선택은, 실상 거대한 폭풍을 알리는 전야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