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동대입구 지하철역을 나와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모르겠다. 도통 모르겠다.
왜 하나님이 나를 특공무술 연무도장에서 불러내시고 이 불교대학 언덕을 오르게 하시는지 말이다.
특공무술 도장에 임한 성령의 역사를 지점으로 확산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주가 주신 사명이라 생각했는데 나와 하나님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성령께서 막으셨다. 아주, 철저히! 내가 이 언덕을 오를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이사야 55:8-9 여호와의 말씀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
컴퓨터라곤 만져본 적도 없는 내가 동국대학 전산원에서 컴퓨터학 개론, COBOL, FORTRAN, 알고리즘 수업을 듣고 있으니 말이다.
특공무술 사범 직무는 내 재능과 적성이 아니라고 성령님께 자주 클레임을 걸긴 했는데 이건 너무 파격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청소년 사역을 하던 내가 불교대학에서 정보처리 공부를 하는데 학업과 말씀 사역을 병행하다 보니 수업 따라가기도 벅차다.
대부분 학생들도 기존 직무에서 벗어나 IT 분야로 전환하기 위해 모였다 보니 학원 원장, 간호사, 일반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이 불교대학에 복음의 깃발을 꽂고 성령님이 일을 행하시도록 졸라야 할 텐데 여하튼 갑자기 바뀌어버린 삶의 환경에 적응 중이라 어리바리하다.
어느 날! 불교학 개론 첫 수업시간, 교수께서 강의 중 질문을 하신다.
“여러분! 모든 종교는 다 똑같은데 유독 한 종교만 유일신을 강조하지요?”
“…;;”
강의실에 순간 침묵이 흘렀다.
“여러분 그렇지요?”
한 명만 "네" 대답하면 넘어갈 텐데 학생 중 불자가 없는지 계속된 침묵이 흐른다.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불교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해 조용히 있으려 했으나 동의를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거듭된 교수님의 수차례 질문에도 답하는 학생이 없자 손을 들고일어나 반론을 했다.
“교수님! 그렇지 않습니다.”
“뭐가 그렇지 않지요?”
“저는 석가와 소크라테스 같은 위인분들을 존경합니다.
그분들은 참으로 위대한 사상가들이었지만 하나님 만나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크리스천들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믿는 것은 예수만이 하나님 만나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교수님께 첫 강의 서두에 아직도 진리를 찾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게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만 주신다면 그리스도의 진리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강의 시간이라 이만 앉겠습니다.”
“흠…. 내가 특정 종교를 비난한 건 아니고…. 자, 이제 수업합시다.”
귀가해서 메일함을 열어보니 학우들로부터 이메일이 쇄도해있다.
주일학교 교사로 직무 전환을 위해 불교대학 전산원에 입학해 그간 눌려왔다는 내용도 있었고, 크리스천인데 믿음의 확신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오늘 강의 시간에 감동하였다는 내용, 모태신앙인데 믿음의 확신이 없어 고민인데 도와 달라는 내용 등의 메일이 주를 이루었다.
본의 아니게 이날 불교학 개론 강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동국대학에서 복음의 문이 열리며 대학 사역을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