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Arthur
죽음을 앞에 두고 지나간 인생의 주마등을 경험했다.
생()의 시간에 내 해마에 담긴 그날의 기억을 꺼내어본다.
미물과의 기억들
말벌과의 전쟁

8살 무렵, 국민대학 건너 편 북한산 자락에 살았다.

어느 날, 집 앞 골목에 말벌이 집을 짓고 골목길을 지나는 나와 친구들에게 골목의 소유권을 놓고 전쟁을 선포한다. 나와 친구들은 말벌과의 전쟁을 위해 폭음탄이라는 무기를 준비하고 전열을 갖추었다.

"폭음탄 던져~~"

나의 고함과 더불어 우린 폭음탄을 말벌집 주변에 던지고 부리나케 그 자리를 벗어났다가 말벌의 활동이 잠잠해질 무렵 다시 다가가 폭음탄을 던지며 결국 말벌들로부터 골목을 지켜냈다.

쥐의 죽음을 애도

집 앞에 꽤 넓은 공터가 있었던 것 같다.

일요일, 아버지가 큰 쥐를 잡았는데 철망에 갇힌 쥐에게 휘발유를 붓더니 불을 붙인 뒤 철망에서 풀어준다. 쥐는 온몸에 불이 붙은 채로 공터를 돌며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난 죽은 쥐의 꼬리를 잡고 북한산 능선 한켠에 쥐에게 작은 무덤을 만들어주며 아버지의 잔인함에 대한 사과와 고통스러운 죽음을 애도해 주었다.

묘(猫)의 구사일생

왕십리 행당동에 살던 4학년 무렵이었다. 앞집에 아주머니들이 모여 웅성거려 다가가보니 고양이가 금방이라도 숨 넘어 갈듯이 고통스러워하는데 쥐약을 먹은 것이 화근이라고 한다.

한 분이 비눗물을 먹이면 살 수 있다는 말을 하기에 난 얼른 집에서 비눗물을 준비해 가지고 와 고양이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한참 후에 고양이가 힘이 좀 나는지 일어나 터벅터벅 어디론가 걸어가며 사라진다.

다행이다. 소중한 목숨이 살아났다.

개 물림 사고

동네 골목에 다른 동네 개가 와서 똥을 싸지르고 간다고 아주머니들이 어느 집 개인지 따라 가보라고 하여 난 개 뒤를 졸졸 따라갔다.

몇번의 골목을 지나더니 갑자기 개가 뒤돌아서더니 나를 향해 달려들더니 내 등을 물었다. 다행이 문이 열린 집을 찾아 들어가 더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난 개에 물리면 보름달이 뜨면 늑대처럼 울부짖는다는 괴담에 보름달이 지나기까지 긴장해야 했으며 개는 결국 보신탕 집에서 그 운명을 다햇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