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Arthur
죽음을 앞에 두고 지나간 인생의 주마등을 경험했다.
생()의 시간에 내 해마에 담긴 그날의 기억을 꺼내어본다.
작은 언덕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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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3학년, 강동구로 이사 가며 천호국민학교로 전학을 갔다.

때가 한창 강동구 아파트 단지 입주를 할 때라 난 3학년 21반 오후반을 배정받았고 4학년이 되면서 집 앞에 개교한 강동국민학교로 전학을 왔다.

북한산 골짜기를 타고 부는 산 내음도 좋았지만 이곳은 아파트 옆에 논과 작은 산야가 많아 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와 산야에 핀 야생화들이 나의 어린 동심을 채워주었다.

방과 후 개구리 잡으며 뛰어놀다 낮은 언덕 무덤 주변에 홀로 피어있는 할미꽃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이름은 할미꽃으로 불리나 화려하지 않지만 숭고해 보이는 보라색의 색감과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고 있는 새색시의 모습처럼 비치는 이 꽃이 난 좋았나 보다

꽃 앞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꽃을 바라보다 뻐꾸기의 노랫소리에 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고향 쉼터엔 내 어릴 적 정서함양을 고취시켜준 할미꽃이 아직도 수줍은 듯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