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의 시간에 내 해마에 담긴 그날의 기억을 꺼내어본다.
내 고향에 번계들과 내성천이라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번계들엔 논 사이로 흐르는 천이 있는데 그곳엔 팔뚝만 한 메기와 붕어가 수두룩해서 고기를 잡을 때면 이곳에서 족대질을 하곤 한다.
번개들의 차가운 수온에 입술이 파래질 때면 바로 옆 내성천의 흐르는 따스한 물과 모래 위에서 뛰어놀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간다.
찬란히 아름다웠던 이 자연과의 순간들이 이제는 기억의 저편에서 반추(反芻)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분노와 아리움이 커진다.
4대강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 12월 영주댐이 완공되면서 번계들의 대부분이 수몰지구에 포함됐다. 약 30만평이 이르는 거대한 들판이 사라진 셈이다. 번계들의 농토 2/3는 석포리 주민들의 소유였지만 지금은 보상을 받고 젊은이들은 마을을 떠났다. 버드나무가 우거진 번계들은 현재 무성한 풀이 우거져 있다.
영주댐의 수몰지구인 번계들은 아직 물이 차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영주시는 정부차원에서 국가정원으로 지정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논으로 이뤄졌던 번계들은 습지 생태환경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고 면적도 충분해 국가정원으로서의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
주민들은 비어있는 번계들이 순천만 국가정원과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과 같은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영주시와 이산면의 경제 활성화는 물론 수몰된 주민들의 심리적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북신문 발췌 기사 : http://www.kbsm.net/news/view.php?idx=396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