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Arthur
죽음을 앞에 두고 지나간 인생의 주마등을 경험했다.
생()의 시간에 내 해마에 담긴 그날의 기억을 꺼내어본다.
남자는 주먹이다.
어라? 자연스럽다.

국민학교 5학년, 동네 골목길에서 친구와 싸움이 붙었다.

처음 해보는 싸움인데 어라? 내 몸이 자연스럽게 가드를 올리고 위빙(Weaving)을 하며 친구의 얼굴에 주먹세례를 한다.

승부가 결정되고 소식을 들은 친구 어머니가 나오시더니 우리 집에 올라가 아버지에게 따진다. 아버지에게 불려간 나는 혼날 각오로 마음을 다지고 있는데 별말 없이 그냥 넘어가신다.

특공무술로 운동을 했지만 난 권투가 더 내 취향에 맞는 듯하다. 내년엔 권투도장에 가입해 아마추어 대회라도 나가보련다.

걔는 이제 내 여자다.

국민학교 5학년, 우리 반에 KBS 합창단 여자아이가 있다. 예쁘고 내성적인 아이인데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날, 남학생들 사이에 누가 그 아이를 차지할지에 대해 논쟁(?)이 붙었고 나와 힘깨나 써 보이는 친구 한 명이 그 아이를 차지하기 위한 승부를 내기로 했다.

웃긴 놈들이다. 세렝게티의 초원인 듯 당사자 의견은 온데간데없이 사내들이라고 자존심에 불이 붙어서 저러고 있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 대여섯 명이 함께 움직이며 우린 조용한 골목을 찾아 승부를 냈고 난 승자의 타이틀을 획득했다.

이후, 난 그 여자아이에게 말 한마디 못했다. 사실, 난 짝꿍 김지연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