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기름부으심, 기쁨, 권면, 가르침, 애통, 위로하심으로 다가오셨다.
17살 무렵, 성율이를 통해 대학로에서 승현과 그 친구들을 처음 만났다.
매주 토요일 대학로에서 술판을 벌인 우리는 승현이네 집으로 가 밤새 담배연기 사이로 흐르는 음악에 취하다 새벽녘에 잠들곤 했다.
승현이 어머님은 개척교회 전도사님이셨던 것 같은데 방황하는 우리에게 말없이 늘 밥상을 차려주시며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도피처를 제공해 주셨다.
어머님 교회 예배에 한두 번 참석한 기억이 나고 삼각산에 교인분들과 기도하러 가실 때 한 번 따라간 것 같기도 하다.
다행인 건, 어머님이 기도하시는 중에 내게 천사가 함께 하는 환상을 보셨다는데 그래서인지 내게 관대하셨던 기억이 난다.
19살 무렵, 어느 날, 승현이는 정림이라는 여자 친구가 생겼고 그날도 우린 승현이 방에서 어울려 놀고 있었는데 평소 안 들어오시던 어머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이 중에 승현이 여자친구가 누구니?"
"저예요"
라며 정림이가 나섰고, 어머님은
"너는 앞으로 이 집에서 살아라."
라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침 드라마 같은 파격적인 상황이었으나 철없는 그 시절 우리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승현이 집에 놀러 갈 때면 한 침대에서 자기도 하고 정림이는 내게 예쁜 친구를 소개해 주기도 하며 우린 친하게 지냈다.
그날도 나는 승현이 집에서 놀다 함께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배가 아파 잠에서 깼다.
나의 신음에 깨어난 승현이와 정림이는 비상약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승현이는 새벽에 문 연 약국이 있나 동네를 다녀보았으나 허사였다.
그러자, 정림이가 내게 말한다.
"◯◯야, 내가 어머님을 통해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데 너를 위해 기도해줄게."
내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얘기였으나 너무 아픈 복통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기도를 허락했다.
"하나님, ◯◯가 배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어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오니 ◯◯가 배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기도가 마치는 순간! 복통이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정림아, 안 아파! 어? 신기하다. 고맙다."
우리는 새벽의 소란을 뒤로하고 피곤한 몸을 다시 침대에 누이며 잠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 정림이의 기도를 통해 성령님의 치유 손길을 느꼈고, 그렇게 성령님은 내게 치유의 손길로 다가오셨으나 영적으로 무딘 나는 그것을 한밤의 해프닝으로 여기고 다시 질풍노도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