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
1994년 4월 3일, 오늘도 나는 예배시간에 어김없이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가끔 예배를 드려 보지만 늘 몰려오는 졸음 앞에 무너지고 마는 신앙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상계역 앞 노점에서 범석이에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물었다.
“하나님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미국 이민 갔을 때 옆집에 살던 전도사가 했던 말인데 감사하고 찬양을 크게 하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 그럼 나 하나님 한 번 만나봐야겠다.”
한 주가 지나고 드리는 예배시간에 나는 하나님께 자진(自進) 하여 기도했다.
“하나님! 자고로 잠은 집에서 자고 교회에서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저는 교회에 와서도 잠을 잡니다.
지금까지 믿음을 가져보기 위해서 교회에 나갔지만 아직 하나님이 살아 계신지조차 믿어지지 않습니다.
내일부터 한 달간 친구 말처럼 범사에 감사하고 찬양도 크게 할 뿐 아니라 수요예배도 참석하고 주일 오후 예배도 참석하겠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만나주지 않으시면 저는 다신 교회 출석하지 않겠습니다. 이 경우 모든 책임은 하나님깨 있습니다. 하나님! 저를 만나주세요. 마지막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월요일부터 무조건 감사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감사! 하늘이 맑으면 맑아서 감사! 흐리면 흐려서 감사! 넘어져 다치면 죽지 않은 것에 감사! 계속 감사를 쏟아내자 주변에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저 오늘 굉장히 달라보이십니다. 혹시 좋은 일 있으십니까?”
“내가 말이야.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감사해야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지금 모든 일에 감사하는 중이다.
그런데, 유효기간이 이번 달 말까지야.”
“하나님 때문에 이렇게 변하신 겁니까? 그 하나님 저희도 만나면 안 되겠습니까?”
“너희도 교회 갈래?”
“네. 저희도 교회에 함께 가고 싶습니다.”
4월 6일 수요일! 처음으로 수요예배에 참석하였다.
예배엔 나와 자매 두 명, 할머니 두 분 정도로 고요함마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예배가 시작되고 주기도문 후 찬송가 455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 전주가 시작되는데 순간! 지난 트라우마가 나를 곤혹스러운 혼란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국민학교 4학년 음악 시간, 합창하던 중 선생님은 갑자기 합창을 중지시키시더니 내가 계속 박자가 틀린다며 말씀하셨다.
"◯◯가 박자를 자꾸 틀리네. ◯◯ 빼고 합창해 보자. 자, ◯◯ 빼고 다 같이!"
"◯◯◯ 빼고 다 같이?"
나는 선생님께 따돌림(?)당한 충격에 음악이란 과목을 기피했고 결국 노래할 땐 입만 뻥끗하는 시늉을 10년 동안 해왔다.
찬양을 크게 한다는 조건은 주일예배에서 크게 해도 전체 찬양 소리에 묻혀 쉽게 넘어갈 줄 기대하고 있었는데 수요예배엔 성도가 몇 명 없고 그나마 자매와 할머니들 찬양 소리는 모깃소리만 해서 지금 찬양을 크게 한다는 것은 나의 찬양 독무대와 다름없는 대단한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네 마디 전주가 흐르는 동안 내 머리엔 수만 가지 생각이 찰나같이 지나며 입을 벌릴지 다물지에 대한 사고(思考)의 태풍이 몰아쳤다.
"그래! 까짓것 하나님 만날 수 있다는데 한 번 해보자."
전주가 마치는 순간!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높여 찬양을 시작했다.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순간! ‘주 안에’라는 첫 소절부터 성령님은 나에게 기름 부으심으로 임재하셨고 나는 그 임재하심에 취해 눈물과 콧물을 비벼가면서 찬양을 드리게 되었다.
찬송가 4절이 마칠 무렵! 목사님은 매번 잠만 자던 청년이 눈물, 콧물 흘리니 다시 1절부터 한 번 더 찬양을 인도하셨다.
두 번째 시작된 찬양에서 하나님의 선명한 음성이 내 마음의 지축을 흔들었다.
“◯◯야! 이래도 네가 나를 없다 하겠느냐, 네가 없다 하던 나는 너의 하나님이다.”
나는 주먹으로 본당 의자 뒤에 딸린 받침대를 마구 내려치며 고백했다.
“하나님! 정말 살아 계시는군요. 믿습니다. 이제 ◯◯가 하나님 믿습니다.”
성령님은 나를 계속 축복하시듯 성령으로 기름을 부으셨다. 그 순간 정말! 너무나도 행복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래! 바로 이것이 천국이구나. 하나님이 함께하는 임마누엘! 이것이 바로 천국이구나.”
예배를 마치고 나는 목사님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목사님! 악수합시다. 제가 지금까지는 믿음을 가져보기 위해서 교회를 나왔지만 앞으로는 믿음을 가지고 교회에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나님이 저를 만나주셨습니다.”
어릴 적 잠시 다녔던 무학교회 주일학교에서도 주님은 나와 함께 하셨고, 원봉이 형님 기타 학원에서 예수님을 영접할 때에도 주님은 나의 마음속에서 함께 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성령님의 기름부으심 후 성경 말씀은 내게 온전한 약속으로 다가왔고 나는 말씀을 좇아 행동하기 시작했다.